삼국시대 성곽과 산성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산성의 진짜 역할은 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성 밖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삼국시대 성곽 산성 역할을 이해하려면 성벽의 높이보다 먼저 성 밖의 곡식을 비우고 적에게 남기지 않는 청야입보 전술의 냉정한 계산을 보아야 합니다. 평소에는 평지의 농경지 곁에서 살다가 대군이 쳐들어오면 곡식과 물자를 챙겨 산성으로 올라가고, 남은 것은 태웠습니다. 침입자가 현지에서 보급을 받지 못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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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의 진짜 역할은 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성 밖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삼국시대 성곽 산성 역할을 이해하려면 성벽의 높이보다 먼저 성 밖의 곡식을 비우고 적에게 남기지 않는 청야입보 전술의 냉정한 계산을 보아야 합니다. 평소에는 평지의 농경지 곁에서 살다가 대군이 쳐들어오면 곡식과 물자를 챙겨 산성으로 올라가고, 남은 것은 태웠습니다. 침입자가 현지에서 보급을 받지 못하게 하고…
신라는 불교를 가장 늦게 받아들였고, 한 사람의 목을 벤 뒤에야 공인했습니다. 삼국시대 불교 수용 이유를 ‘왕권 강화’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까닭은 같은 종교가 고구려와 백제에서는 순조롭게, 신라에서는 순교라는 극단적 사건을 거쳐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부족의 시조신과 토착 신앙에 얽매인 느슨한 연맹 체제에서 왕이 하나의 이념으로 귀족을 묶어 내려면 보편 종교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그 필요가 곧바로…
황산벌에서는 이긴 쪽 지휘관의 가문이 아들을, 진 쪽 지휘관이 자기 가족을 먼저 잃었습니다. 김유신 계백 선택 차이를 승자와 패자의 능력 차이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는 두 사람이 모두 가장 가까운 사람의 목숨을 전장의 값으로 치렀기 때문입니다. 신라의 김유신은 왕실의 지지와 나당동맹이라는 뒷받침을 쥐고 있었고, 백제의 계백은 지배층이 갈라진 조정에서 급조된 5천 명의 결사대를 이끌었습니다. 같은 희생이라도…
백제 전성기의 가장 유명한 증거들은 대부분 백제 바깥에 있습니다. 근초고왕 백제 전성기 이유를 묻는 일은 일본의 신궁에 전해지는 칼 한 자루와 중국 사서의 요서 기록처럼 남의 손에 쥐어진 증거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4세기 근초고왕은 남쪽으로 마한의 잔여 세력을 복속시키고 북쪽으로 평양성까지 진격했으며, 부자상속제와 서기 편찬으로 안으로 왕권을 다졌습니다. 그러나 그 성과의 상당…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중 누가 더 위대한가라는 질문은 사실 잘못 세워진 질문일지 모릅니다. 광개토대왕 장수왕 비교에서 흔히 놓치는 점은, 한 사람이 정복하고 다른 사람이 다스렸다는 분업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의도치 않게 이어진 하나의 장기 계획처럼 읽힌다는 사실입니다. 광개토대왕은 후연과 비려, 숙신을 쳐서 만주 방면을 열었고 장수왕은 427년 평양으로 도읍을 옮겨 남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두 왕의 방향은…
백제가 일본에 문화를 전했다는 이야기에서 가장 널리 퍼진 일화는 공교롭게도 가장 검증되지 않은 것들입니다. 왕인이 천자문을 가져갔다는 이야기와 구다라나이라는 말의 어원이 그렇습니다. 백제 일본 영향 이유를 제대로 따지려면 이런 일화보다 사료가 확인해 주는 부분부터 가려내야 합니다. 백제가 왜에 문물과 기술자를 보낸 것은 시혜가 아니라 고구려의 남진과 신라의 성장 앞에서 후방의 동맹을 확보해야 했던 생존의 선택에…
약한 쪽이 이긴 전쟁에서 이긴 쪽은 무엇을 걸었을까요? 신라 삼국 통일 주도권을 따질 때 흔히 놓치는 점은, 신라가 가장 강한 나라였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많은 상대와 타협할 수 있었기 때문에 판을 쥐었다는 사실입니다. 642년 대야성 함락으로 위기에 몰린 김춘추는 고구려와 왜에서 거절당한 뒤 당 태종의 고구려 원정 실패를 읽어 648년 나당동맹을 성사시켰습니다. 백제를 먼저 치고…
고구려는 인구와 경제력에서 늘 열세였는데도 대륙의 대군을 여러 차례 물리쳤습니다. 고구려 강국 이유를 군사력 하나로만 설명하면 이 모순이 풀리지 않습니다. 제철 기술이 만든 개마무사와 각궁, 평지성과 산성을 짝지은 방어 체계, 남북조의 분열을 이용한 외교가 서로 맞물렸을 때에만 열세는 승산으로 바뀌었습니다. 삼국사기와 산성 연구를 바탕으로 이 세 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제철 기술이 뒷받침한 개마무사와…
적을 칭찬하는 시가 어떻게 가장 날카로운 도발이 될 수 있을까요? 을지문덕 도발 시 비밀은 이 질문에 있습니다. 삼국사기 을지문덕전에 전하는 시 한 편은 겉으로는 적장의 지략을 극찬하지만, 읽는 순간 그가 이미 판 위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게 만듭니다. 수나라 별동대는 보급이 바닥난 채 평양성 가까이까지 끌려왔고, 시는 그 퇴로를 열어 주는 척하며 철군을 서두르게 했습니다. 살수에서의…